공조 체계의 균열

최근 똥내나는 커넥션 하나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미디어 다음 이슈 페이지: 제목은 마음에 안들지만… 딱히 언론사도 아니니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것 이해가 된다. 앞으로 권력기관의 개입이 드러나면 제목도 바뀌리라 기대한다.)

 

항상 보면서도 참 대단하다고 느끼던 것인데 최근에 아주 노련해진 수구의 수법이 있다. 공세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수세에 있을 때 비장의 무기처럼 쓰기도 하는 그것은 바로 사회적 의제를 작동시키는 기득권의 정-관-언-시민단체 커넥션이다. 입법이 필요하거나, 수세를 극복할 필요가 있을 때면 먼저 정치권에서 입으로 똥을 싼다. 그러면 그걸 언론이 의제화하여 지원 사격을 넘어서는 협공 몰이를 일으킨다. 이 때 거의 관변 단체라고 볼 수 있는 각계 각층의 말 그대로 시위꾼들이 망동하고. 정부투자기관들이나 연구소 등이 소설을 써서 다시 언론이 확산한다. 좀 더 독을 타야겠다 싶으면 고소 고발 남발에 경찰과 검찰이 승냥이떼처럼 나서서 물어뜯는다. 이런 난잡한 분탕질의 결과로 위기를 극복하거나, 수구가 접수한 지자체가 조례 등을 신설/개정/폐지하거나 국회에 던져 최종 마무리한다. 가끔 은밀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금산분리, 삼성 대물림 등) 소고기 수입 을 정면돌파한 노하우로 최근 몇년은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된다.

이런 커넥션은 사실 비공식적인 인적 커넥션을 통하거나, 아니면 한두번 재미보며 공조 효과를 만끽한 주체들이 알아서 기는 경우가 많아서 수구의 개나 다름없는 사법기관이 최후의 보루로 버티고 있는 한 깨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너무나도 우습게 JTBC라는 변종 언론 하나로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 사실 상 누구나 직감하고 있던 것들이, 명백하게 위법인 차명계좌의 탄로 하나로 굴비 엮듯이 스스로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명백하게 손석희가 보는 관점과 추구하는 방향이 작용하고 있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정보였던 박원순 문건,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의 공판 기록 등에서도 청와대 – 국정원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허접한 차명계좌 사태에 이야기를 불어 넣는다. 독립언론은 돈과 자원의 부족으로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무는 힘”을 보여주며 1주일을 넘겨가며 후속 보도를 계속 깐다. 하나의 뉴스거리를 접했을 때 이게 왜 중요한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판을 보는 눈이 있고,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밀고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홍사장! 힘내세요!” 이러던 중앙일보가 무려 종편으로 진입하여 만든 JTBC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건 손석희라는 변종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언론이 이렇게 중요하다. 한시적 변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뉴스 채널 하나의 의제선정 전략과 무는 힘 하나로 -그것이 모든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일지언정- 이렇게 기존과 다른 현실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험과 결단에는 선거 결과가 가장 큰 디딤돌이 되었을 것도 틀림없다. 그 전에는 현 정권의 법치를 뛰어넘는 실정이 있었고. (결국 누가 잘해서 된 건 하나도 없구나…)

개인적으로 십여년간 소소한 금액이지만 여기저기 하던 기부를 뉴스타파, 프레시안, 국민티비 등 언론사들에 돌린지 수년 째다. 1년에 몇백만원 기부로 세액 공제 받느니 이게 더 사회에 도움 되는 길이라 굳게 믿는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최승호 PD도 손석희같은 스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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