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상관없는 포스트.
그야말로 혹시나? 하는 기우일 뿐이지만, 생각난 김에 기록해 놓는다.
이 블로그는 사실 상 외부로 열려있는 블로그라기보다는, 개인의 일기장에 가깝다. 굳이 외부 오픈을 막아놓지 않았다뿐이지, 조회도 거의 없고, 쓰는 내용도 외부의 독자를 향한 것이라기 보다 글쓰기 연습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어쩌다 웹검색을 타고 들어오는 트래픽들이 간간히 있다. 일주일에 서너명 정도가 들어와서 한 번 읽고 나간다. 그정도.
그런데 얼마 전까지 재미있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사드 후작의 <미덕의 불운>에 대한 짧은 책 후기 포스트에 사람들이 구글 키워드 검색으로 종종 들어오는 것이다. 희하한 일이다. 어떤 키워드인지는 보이지 않지만, 제목이 ‘사드, 미덕의 불운’으로 되어 있고 태그에도 사드가 있으니 아마 ‘사드’를 키워드로 들어오는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는 온 나라가 THAAD로 난리가 나던 때였다. 그때는 사람들이 사드에 관한 글을 미친듯이 찾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오는구나 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구글에 사드를 검색해봤다. 미국 구글, 한국 구글, NCR로 설정한 구글 등을 다 들어가봤다. 그런데 내가 쓴 포스트가 나오려면 몇 페이지를 건너가야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찾지 못했다. ‘사드 미덕의 불운’이라고 모든 단어를 쳐 넣어야 내 포스트가 첫페이지에 나온다. 뭔가 이상하다.
옛날에 네이버에서 근무할 때 하루에 유입되는 검색어 수를 살펴본 적이 있다. 검색 이용 건수야 셀수없이 많지만, 실제 입력되는 검색어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겨우 500여개의 개별 검색어가 하루에 입력되는 전체 검색 건 수의 90% 가량을 차지한다고 했다. 전국민이 거의 똑같은 검색어만 하루종일 주구장창 입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조금은 나아졌을지 모르겟다. 어쨌건 그래서 네이버와 구글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르다는 결론을 냈었다. 500여개 검색어면 중국 교포를 써서 하나하나 대응 페이지를 손으로 만들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검색 로직 따위… 구글이 가지는 중요성과는 천지 차이다. 그러면 이런 환경에서 사드 후작과 그의 작품을 검색하는 종자가 거의 2주에 한번씩 내 포스트에 들어올만큼 많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500여개는 거의 대부분 그날 화재에 오른 검색어들이거나 연예 쪽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증거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500여개 관심사로 하루가 갈무리되는 한국에서, 제대로 번역된 작품도 몇 개 안되는 사드 후작을, 조회수도 안나오는 블로그의 포스트를 찍어서 최소 2주에 한 번 들어온다는 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국정원이건 십알단이건 어디건 이슈가 되는 검색어 중심으로 어떤 내용들이 웹에 떠도는지 기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닐까? 네이버야 쉽게 조절 가능할테지만, 구글의 경우에는 몇 페이지까지 나오는 것들 다 살펴봐라! 이런 명령에 따라 디벼보는 건 아닐까? 우습게도 박근혜 최순실 개판이 나기 시작하면서 사드 포스트에 대한 조회는 뚝 끊겼다. 미사일 사드에 대한 이슈도 잦아들었겠지만, 사드 후작에 대한 관심도 그 즈음에 같이 끊길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이명박 때부터 국정원을 위시하여 청와대까지 감청에 기반한 사찰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제 아비 곁에서 이런 협잡을 보면서 컸을 박근혜가 국정원을 그냥 내버려두었을리 없다. 감청이니 도청이니 하는 말들이 나온다. 말도 안되는 상상 같지만, 이미 말도 안되는 루머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상식을 압도한다. 분노보다도, 사드를 찾다가 내 포스트에서 잠시 교양(이라고 쓰고 변태라 읽는다)의 일격을 맞았을 그 분들에게 느끼는 동정이 앞선다.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다음 생에는 사람답게 살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미덕의 불운이 아니라 그 쌍둥이 소설인 <악덕의 번영>을 직접 살고 계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