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 JTBC, 난세의 숨은 영웅, 과연?

ie001873913_pht
출처: 오마이뉴스

.

.

.

.

글로벌하게 창피한 난리법석

몇달 전부터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고 메모하고 있던 주제가 있다. 도대체 이 정권 들어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리스트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정보의 희소성이 권력의 기반이던 시절은 덧없이 사라지고, 정보의 범람을 통해 권력을 숨기는 시절이 바로 오늘이다. 언급하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 서구 선진국이라면 정권이 내려가도 열번은 내려갔을 일들이 마치 일상 다반사인양 속출한다. 너무 많아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도대체 한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수가 없다. 잠시 앉아서 리스트를 적다보니 기가 탁 막혀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청와대 조직 중에 1번으로 깽판 친 윤창중씨는 기억이나 나는지?

참언론 JTBC

이런 난장판에서 JTBC가 참언론 대접을 받고 있다. 손석희라는 걸출한 언론인 한 명이 등장하여 토끼에게 마이크 들이밀던 언론사가 미드에 나오는 ‘뉴스룸’을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낼 수 있게 환골탈태했다. 똥된장 구분 능력이 살짝 부족하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반 대중들은 매트릭스 빨간약을 삼킨 앨리스같은 혼란 속에서 JTBC를 숭앙한다.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이 쓰시던 타블렛 피씨를 구해서 청와대와 검찰에 개목줄을 채운다. 예의 그 극악무도한 기획력으로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최전선에 서 있는 주인 무는 개 티비조선과 함께 큰 스케일로 한 판 굿을 벌인다. 그림이 좋다. 급기야 손석희에 대한 찬양이 번지고 번져서 중앙일보 그룹 사주인 홍석현씨까지 저널리즘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키다리아저씨 취급을 받기 시작한다. 극우에게는 애써 외면하는 흉터처럼 보였을 노무현 정권 주미대사 타이틀을 거론하며 마치 숨겨진 의인인양 대접받기 시작한다.

홍석현 일가 – 한국 근대를 관통하는 엘리트 가문

홍석현씨는 중앙일보 사주로, 보광그룹 오너로 갖은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특히 보광그룹 탈세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가는 길에 몰려든 취재진들을 중앙일보 기자들이 야쿠자처럼 늘어서서 온몸으로 막았다. 그들이 외친 “사장님 힘내세요!”는 중앙일보의 현실을 축약해서 보여주며 주가를 높였다. 기자들은 “사장! 힘내세요!”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님자 안붙이고 그는 그저 사주일 뿐이라는 변명이지만, 언론계 많은 전문용어들이 그렇듯, 그저 일본식 표현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이건희씨의 불법 그룹 승계 과정에 핵심 인물로 활약한 사람도 홍석현이고, 삼성 홍석현씨의 동생인 홍석조 전 검사장, 지금 보광훼미리마트 사장은 그 유명한 삼성 엑스파일 녹취록에 등장인물로서 검찰 쪽을 꾸준히 관리하는 삼성의 촉수로 유명세를 탔다.  홍석현씨의 부친은 일제시대에 경성제국대학 법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많은 한국 엘리트 가문들이 그렇듯,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 하에서 승승장구한다. 이승만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조봉암 처형, 경향신문 폐간을 지시하였다. 내무부장관 시절 419를 때려맞고 일제가 독립운동가 학살하듯이 시위대 발포 명령을 내린다. 315 부정선거, 부마항쟁 때 발포명령 등으로 실제 사형선고를 받지만 박정희 특사로 석방된다. 이후에도 기세가 등등하여 라디오 방송국 사장으로 내려앉아 중앙일보 초대 회장이 된다. 물론 중앙일보를 만들면서 한국일보 인력을 다 빼가는 바람에 한국일보 망조 드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이상 나무위키 참조) 첫딸은 거니형에게 시집보내서 영남패권세력에 가입하고 (물론 나중에 남편 오입하는 꼴을 전국에 나눠보게 만들기도 한 것이고), 맏아들 홍석현은 유신시절 중정부장으로서 온갖 뒷공작을 다한 인간말종 개새끼의 딸에게 장가보내 박정희 군단 명찰도 확실하게 확보한다. 막내딸은 또 전두환 밑에서 외무부장관을 지내다 총리까지 하신 훌륭한 분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 군사정권 VIP 클럽까지 가입한다. 놀랍게도 영남패권세력이 사력을 다해 공격한 노무현정권이 그나마 말이 통하는 엘리트로 평가하고, 주미대사까지 역임하게 했다. 결국 친일, 친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영남패권, 언론, 재벌 등 한국 근대사에서 출현한 모든 갑의 공간에 한자리씩 꿰고 있는 겁나는 집안을 완성한다. 게다가 홍씨 일가의 출중한 외모와 똑똑함은 무식하고 촌티나는 졸부와는 완전 급이 다른 수준이라 그 아우라가 엄청나다. 게다가 “조중동” 아닌가. JTBC에 열광하는 사람들 중 조중동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한국 지배계급의 위기

손석희가 이끄는 현재의 JTBC가 눈부시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손석희가 역대급 위인인지 판별할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JTBC와 중앙을 참언론으로 치켜세우는 것은 과거를 잊고 미래만 보자고 하는 일본과 다를 게 없는 처사다. 홍씨 가문에 대해 쓰면서도 무시무시했다. 한국 엘리트의 겁나는 레주메다. 단순히 과거를 생각하자는 것 또한 난데없는 딴죽걸기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왜 JTBC가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시점에, 조선과 발맞추어 속칭 진보매체들을 한참 뛰어넘는 패기로 박근혜를 두드려 패고 있느냐에 있다. 앞에 언급한 한국 엘리트 계층은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 모시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과거의 영광을 박근혜에 투영하는 그런 트럼프 지지자 수준과 거리가 멀다. 그들은 진 적이 없다. 누가 되건 무슨 상황이건 항상 이기는 편에 있다. 매번 때려잡기가 통하는 것도 아닐진데, 근대사 거의 백년간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면 상황을 좀 다르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은 분명 항상 이겨온 지배계급에게 청천 벽력같은 위기다. 비유가 적절치 않은 점은 벼락같은 외부 요인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고, 치료가 필요한 콩크리트 계층과 동조시켜 정권을 연장한 세력이 이런 사태를 짐작하지 못했을리 없다. 물론 이지경이 될 줄은 몰랐을 수 있다.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벗어난 건 병원가야할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본인의 증세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조종하기 위해 꼽아야 할 바늘구멍도 허용하지 않고 십상시며 삼인방이며 장막을 친다. 게다가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려고 넌지시 찔러본 티비조선의 도발에 가혹한 응징으로 조선일보 주필을 날려버린다. 박정희 때부터 문제였던 사이비교주 가문이 엘리트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망발을 뻗친다. 도저히 컨트롤 불가능한 영역으로 치닫는다. 사건 사고도 유난히 많다. 세월호나 지진,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나 중국 – 미국의 힘겨루기 등 대처가 어렵고, 발 잘못 딛으면 다치는 상황이 불안불안하다. 급한 마음에 문건으로 빨갱이 만들기를 다시 시작해보지만 잘 먹히지도 않는다. 다음 타자 준비는 UN에서 수급하고 일찌감치 결정되어 흥행 요소도 기대할 수 없다. 대선이 내년으로 성큼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다시 이기는 편에 설 수 있을까. 손 쓸 수 없이 곪으면 빨리 터뜨려 뽑아내버려야 하고, 죽을 듯이 따갑고 아플지라도 소독하고 꿰매어야 썩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이 그 때라고 판단한다.

그런데 별로 대안이 없다. 흘러간 뽕짝같은 북한과의 공조는 슬슬 늙어서 작아지는 콘크리트 빌딩을 겨우 다시 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20% 확보하는데 점점 부작용이 커진다. 티비조선이 명백한 시그널을 받았으니 다른 경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다른 종편들이야 티비조선이나 진배 없어서 임팩트가 약하다. 그렇다고 한겨레, 경향 따위에게 주도권을 줬다가 힘조절에 실패하면 그게 더 최악이다. 총알이 꽉 찬 총은 준비되었는데, 들고 뛸 놈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회심의 대반전 아이디어가 나온다. 역시 사람은 똑똑하고 봐야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다.

왜 JTBC는 지금 그녀를 이렇게 때리는가?

지금 JTBC가 무엇을 얻고 있는지를 지배계층의 시각에서 평가해보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횡재나 다름없다. 참언론 코스프레에 성공하는 (진짜 코스프레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 손석희 같은) 현재 JTBC가 획득하는 스펙트럼은 전통적 승자들에게 더없이 귀중한 자산이다. 연예인 가십이나 스포츠 국뽕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좌우막론 Audience를 지금 JTBC는 손에 쥐기 시작했다. 노태우가 백만 시위 군중에 밀려 직선제를 허락한 이후 한 번도 절대적인 다수로 승리한 적은 없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일컫는 30%나 마찬가지로 그래도 민주화를 쟁취한 한국 사회에서 노골적인 지배계급이 표를 던지지 않는 사람들은 근 40~50%가 존재해 왔다. 지역주의와 정치공작, 훨씬 머리좋은 사람들의 기획력과 정치공학, 조직 실행력으로 30%에 15~20%만 얹으면 항상 승리는 손쉬운 것이었다. 이번 위기는 콘크리트마저 무너진 다음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앞서 길게 서술한 배경을 가진 중앙이 유례없는 독자 – 시청자 군을 단번에 쓸어담았다.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그렇지 않아도 뚜렷한 강자 없이 불안불안한 내년을 앞두고 있었다. 박 주변인들이 미는 반가가 있지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상태라면 내년에 여럿 빨갱이 만들면서 상황을 쎄게 돌려야 겨우 재집권 가능성이 보일 것이었다. 이번 사단으로 그 반씨마저 급격하게 힘을 잃고 있다. 내년에 종북으로 몰 수 있는 총알이 있다고 해도, 벌써부터 문에게 밀리면 요긴하게 쓰기 어렵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내년 대권 레이스는 그만그만한 사람들이 포퓰리즘에 집중하면서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가지는 간보는 데 집요한 안씨와 툭하면 수염 기르며 토굴에 숨는 손씨다. 애매한 포지션을 가진 그들이 반씨와 뭉칠 경우 의외의 강력한 점유율을 딸 수도 있다. 세 명을 어떤 조합으로 뭉치느냐도 꽃놀이패나 다름 없다. 어찌됐건 무당이 나라를 쑥대밭을 만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내년 판은 우파에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제 홍석현의 중앙이 결정적 무기를 장착했다.

조선일보의 적자로 재탄생

본인의 회고록 제목이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일 정도로 밤의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훈장처럼 생각하는 조선의 방우영씨는 살아있는 언론 권력으로서 군사정권 시절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등장하는 모 신문 주필과 기업 회장 등의 연합은 사실 현실에 비해 미니어처나 다름없는 작은 스케일이다. 밤의 권력인 언론사주, 절대 권력, 재벌 등이 혈연, 혼인, 공범, 뇌물과 의리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 더 크고 실제적인 현실이다. 이제 그 권력을 이어받을 적자가 새로이 탄생했다면 그게 바로 중앙이다. 유시민이 과거 어느 티비 토론 프로그램에서 “옛날에는 잡아가고 고문하고 그러더니 이제는 밥줄을 끊는다”고 했다. 새로운 밤의 대통령이 꼭 조선처럼 군내나는 방식으로 세상에 개입할리 없다. 훨씬 세련되고 시대에 맞는 방식을 찾을 것이고, 결국 성공했다.

내년 대선에는 중앙이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JTBC로 (한국기준) 진보 참칭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여전한 중앙일보로 레거시를 유지한다. JTBC의 움직임으로 함께 가기 부담스러운 가스통 노인들을 일부 떼어내고,중앙일보의 후광으로 (한국기준) 좌파 세력의 접근을 막는다. 이렇게 얻어낸 독자 – 시청자 층이 바로 안철수가, 손학규가, 반기문이 그렇게 원하는 (한국기준) 중도 세력이다. 어떤 이슈들이 내년을 지배할 지 모르지만, 양 손에 쥐고 있는 검을 적당히 휘두르면 거의 모든 이슈에 흐릿한 중도층과 흐릿한 우파를 아우르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결국 반, 안, 손 조합을 어떻게 만드느냐, 누가 대권을 잡을 것이냐는 중앙이 결정할 것이다. 이번에는 무당 사건과 같이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복안들을 심을 것이고, 권력을 만드는데 성공한 이후 중앙은 조선일보의 21세기 적자로 활약할 것이다.

무당의 국정농단을 보며 가장 좌절한 것은, 지금 문제가 커진 것이 무당 일가의 ‘무리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격을 갖추고, 좀 더 절제할 줄 알고,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세력이 그 자리에 들어서면 보통 사람들은 아예 알지도 못하고 계속 굴러간다. 다시 무당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제도적, 구조적으로 바꿔야 할까에 대한 답이 별로 없다. 원래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하나 꼽자면 대통령 후보자 나오기 전에 정신감정이나 받도록 하는 것 정도다. 중앙은 세련되고 은밀하고 아름답게 조선과 무당 일파의 자리를 매꾸고 우리를 안도하게 할 것이다. 난세의 영웅이 기다려진다.

 

 

 

 

 

중앙 – JTBC, 난세의 숨은 영웅, 과연?”에 대한 답글 3개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