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발리

수많은 오판과 실수와 배움과 추억과 무책임을 거쳐 이곳에 도착한다. 처음 발 딛는 곳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노력한다. 뭐 모든 것이 대부분 그렇듯. 시작은 겉으로 보기에 찬란하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친밀, CHINNMEAL

삼성역과 현대백화점이 지하 통로로 연결되는 곳에 있는 음식점.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는 배를 주린 상태에서 랍스터 샌드위치가 문닫은 시간에 배회하다가 후다닥 들어갔다.

근데 이게 대박! 그냥 식당 입구에 걸려 있는 칠판만 보고 들어갔는데, 음식이 내공이 철철 흐르는 바람에 결국 간단히 먹지 못하고 맥주 두알에 접시를 네 개 배터지게 먹었다. 메뉴도 얼마 길지 않기 때문에 다 먹어봐야할 식당이다.

 

찾아보니 오세득씨가 손 댄 곳이라고 한다. 줄라이 소송은 어찌 됐나 모르겠네… 우좌지간 비싸서 못가는 줄라이 말고 이런 곳에 손대주니 고마울 따름. 맥주도 맛있다. 아… 또 생각난다.

 

어이없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161225001&code=940202

 

욕이 절로 나온다. 내가 일기장처럼 쓰는 블로그지만 혹시나 해꼬지 당할까 싶어서 자기검열하느라 얼굴이 다 뜨뜻해진다. 당신이 꼽아야 하는 최악의 날은 2015년 11월 14일이다. 역시나 경찰청장들은 끝까지 초지일관들이시다.

백남기
출처: 허핑턴포스트

잃어버린 그람시

8955618220_1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 그람시 산문선

안토니오 그람시 (지은이) | 김종법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16-03-30 | 원제 Odio gli indifferenti (2011년)

이탈리아의 유명한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산문을 엮은 제목도 찬란한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를 읽다가 던져버렸다.일본어로 된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경우 읽기가 매우 매끄럽다. 어떤 경우에는 원저자의 문체마저 느껴질 것 같다. 영어로 된 책도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읽기 쉽게 쓰여진 소설을 역량있는 번역가가 작정하고 손 댄 경우에 그렇다. 철학이나 사회학 책들, 특히 영어권이 아닌 유럽 작가들의 책은 정말이지 읽는 것이 고역이다. 예전에는 잘 안읽혀도 내가 무식하려니… 하고 집중하려 애써봤지만 이제는 정말 아닌 건 아닌것이 되었다.

하나의 사회 조직이 비타협적으로 훈련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이 하나의 의지(목적)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목적은 이차적인 이유가 되며, 그것은 몽상적인 것이 아닌 구체적인 진정한 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단시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목적의 합리성에 대하여 조직의 모든 개별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조직의 강령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강령이 꼭 준수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강령 준수를 요구할 수 있다.

정말 대충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다. 조직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자체가 이유가 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야 하고, 이것을 모든 구성원이 이해하고 지지해야 하며, 그런 조직원들로 구성될 때만 규율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마도. 직역이나 다름없는 수동태는 그렇다고 해도, 역자 본인은 저렇게 쓸 때 무슨 말인지 알고나 있었을지 궁금할 지경이다. 다음을 보면 이런 의문은 더욱 커진다.

현대인의 삶에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예술적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음에도 귀부인의 침실을 넘나드는 도둑과 같은 연애가 중심이 되는 예외적인 구성과 이야기가 문학작품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문학 활동의 불균형이 존재하는데, 대개는 현실의 피상적 삶에 대한 결과나, 혹은 피상성과 가벼움 및 공허한 수사가 더해져서 만들어낸 결과에 기기묘묘한 연애의 감정 등이 현실 속에 중첩되면서 만들어진 불균형이다.

난 누구건 본인을 바보이거나 개새끼이거나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하게 할때 참을 수 없는 짜증을 느낀다. 보통 정치인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자원외교가 망할 줄 몰랐던 바보이거나, 아니면 중간에 이익 털어주려 진행한 개새끼이거나가 그런 예이다. 이런 번역을 내놓은 사람은 원문이 무얼 말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이거나,아니면 본인은 알고 있지만 한국어 따위를 쓰는 미개한 종족은 엿먹으라고 감자를 날리는 개새끼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역자를 찾아보니 그람시 전공자인데다가,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라는 책의 공저자까지 하신 훌륭한 분이시란다. 그럼 바보는 아닌가보다. 그럼 뭐. 두번째일밖에.

다시 본 식당

일전에 갔었던 트라토리아 모로. 모로가도 맛만 있으면 된다는 그곳. 2층의 단품 파는 식당에 갔을 때는 가격대비, 그리고 블루리본 성적 대비 그닥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예약없이 오젠을 갔다가 무려 full book에 직면한 사장님의 흐뭇한 얼굴을 보고 발길을 이리로 돌렸다. 오젠을 못갔는데 단품보다 코스를 먹어보자는 생각에 1층으로 갔다. 그랬더니…

2층과는 완전히 다른 식당이었다! 제일 싼 코스를 시켰는데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주문 직후에 홀에서 갈아대기 시작하는 파마산 치즈, 버터를 다 발라먹게 만드는 식전빵, 예의 치즈를 잔뜩 뿌린 이어지는 디쉬들, 정말 맛있게 구운 소고기 한 점, 마늘 범벅도 아니고 푹 삶은 것도 아닌 잘 만든 봉골레에 후식까지. 물론 와인 한 병을 추천받아서 마시다 보니, 하몽과 치즈도 주시고 가지요리도 추가해서 먹는 기염을 토했다. 1층이 2층보다 훨씬 맛잇다고 했더니, 사장님 왈, “1층이 임대료도 훨씬 비싸고 요리사 월급도 달라요!” 솔직하시다. 스팅이 앉아서 먹었다는 자리라고 열렬히 설명해 주신 사장님이 이 집의 비법 소스가 아닐까 싶다. 우좌지간 대만족. 가격대비며, 블루리본 성적에 비춰봐도 모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