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날 즈음, 읽은 책 업데이트

마지막 포스트를 보니 작년 9월이다. 포스트를 읽어보니, 역시나 쓸데없는 수사와 현학이 부끄럽고, 뜻도 제대로 읽히지 않아 민망스럽다. 쓰는 연습도 없이 그저 시간이 가며 늘기를 바라는 못된 심보가 새삼스럽다. 어쨌건 오랜만에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성의 없는 업데이트라도 적어 놓는다. 이런 끄적임이라도 해야 다시 돌아와서 나중에 돌아볼 거리라도 쓰게되지 않을까 싶다.

 


성의 없는 책 업데이트: 구매 히스토리를 보고 성의없이 업데이트함. 아기 책을 빼면 사는 권수도 줄고 읽는 권수도 확실히 줄었다. 직전 포스트 날짜 이후에 구매한 책들. 아직 읽어야 하는 것들도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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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육아, 페미니즘 관련된 책들이 여전히 관심을 끈다. 아내나 어머니가 조금 더 읽을 수 있게 소설 구매 비중도 많이 늘었다. 푸코, 프랑스에 대한 로망도 여전하다. 어떤 책보다도 열독한 것은 밀레니엄 시리즈. 북유럽에 대한 관심과 재미있는 소설에 대한 갈증, 패니미즘적 해석과 가치 전도의 쾌감을 한 번에 충족하는 훌륭한 읽을거리다. 원작자 사망 이후에 씌여진 4권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1권을 조심스레 주워들어서 순식간에 읽고, 2, 3권은 그야말로 단숨에 읽었다.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고 무협지 읽는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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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갈 집의 인테리어는 TV 없이 거실 한쪽 벽면을 모두 책장으로 채우도록 했다. 심플함으로 가득 채우려는 아내의 야심에 큰 스크레치를 냈지만 – 책이 생각보다 좋은 인테리어 소재는 아니라고 한다. – 내 욕심은 물론이고 책읽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그럴싸한 명분까지 힘을 합쳐서 얻어낸 대타협의 결과다.  그 동안 사모은 책들을 잔뜩 가져다가 벽 하나를 가득 채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img_3574부모가 책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은 아니다. 아내야 책을 손에 들 틈도 없이 아이와 부대끼면서 온갖 일을 처리하는 수퍼우먼의 현현이고, 나라고 한가히 책을 손에 들고 마음대로 늘어질 수 없다. 그런데도 아이는 책을 집어다가 읽어달라고 하고 무릎에 훅 들어와 엉덩이를 비비고 앉는다. 좋아하는 책도 있고, 무서워하는 책도 있다.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하고, 이 책은 언제 읽어야 하고, 이 책에서 좋아하는 페이지는 뭐고 등등 취향도 알뜰하게 생겼다. 나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바람들은 함부로 마음 속에 새겨넣기 무섭지만, 이 정도 욕심은 내도 되지 않을까. 정 안되면 유툽 시청 시간이라도 짱을 먹던지. -_-;;;


2019년 설날이 곧 온다.

작년 말부터 들뜨면서 가라앉는 굴곡이 깊어지고 잦아진다. 걱정 끝에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 새로 이사가는 집에 대한 기대, 본격적인 노년의 어머니, 늙어가는 내 모습이 내 반절을 아득하게 한다. 나머지 반절은 아마 신나게 보낸 1년의 달뜬 기분과 2월말이면 프로젝트가 끝나서 풀려나올 직원들을 팔아야 할 걱정, 더 성장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뒤섞이며 어질어질 한 것일테다.

다시 집중해볼 때다. 힘을 낼 수 있게 새해의 어떤 기운이 나를 도와주면 더 좋겠다.

그리고 내 아내와 아이, 가족들이 더 많은 행복한 날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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