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업데이트

 

애브리맨, 필립 로스, 2006

휴먼스테인, 미국의 목가 등 대표작 중심으로 보고 있는 미국 작가 필립 로스의 소품. 과장이 1도 없는 건조하고 간결한 묘사. 묘사만으로 만들어가는 서사. 어느 장면이건 시공을 확장할 수 있는 통찰이 스며들어 있고, 결국 그려낸 인생 혹은 장면은 제목처럼 모든 사람의 것이다. 소설의 즐거움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책.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6

역시 내가 좋아하는 후장사실주의자의 작품과 한국을 싫어하는(?) 작가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김솔이라는 작가도 찾아봐야겠다. 심사평들을 보면 당선된 작품과 유사한 설정을 반복하면서 칼을 가는 중인 것 같다. 어떻게 갈고, 어떻게 베어가는지 지켜보고 싶은 작가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작가들의 작품에 선입견이 들듯이, 어떤 대학교을 나왔고 어디서 등단했는지도 선입견을 준다. 이 책에 작가 소개에는 나이는 있지만 대학이 없어서 조금은 더 나았다. 대체적으로 훌륭했고, 소재와 방식에서 넓어진 느낌이라 좋았다. 심사평들을 보니, 천편일률적인 칭찬이 아니라, 치열한 심사 과정이 풍겨나온 느낌이라 좋았다. 각자 자기의 취향을 무기 삼아 다툼을 일으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동료 작가의 어설픈 작가론보다 작가 본인의 변을 실은 것도 이상문학상보다 훨씬 낫다. 다만 각 작품마다 달려 있는 평론들을 읽어보면 우리나라 평론이 얼마나 조악하고 뒤쳐져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소설과 같이 있으니 그 열악함이 더 도드라진다. 이런 식으로 대중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평론도 등단하는 시스템을 가지다 보니… 상상력과 창의력, 주장과 논쟁이 사라진 죽도록 지겹고 정형화된, 그러면서 아무 감흥도 없는 그런 글이 되어버렸다. 곤충이 머리 가슴 배 있듯이 평론 쓰는 틀도 그렇게 고정적으로 보였다. 아주 거슬렸다. 그것 빼곤, 작품이건 뭐건 다 좋다. 이상문학상도 이런 젊은 감각을 좀 더 베껴대면 어떨까. 예를 들어 딱 그 표지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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